깡시골답게(?) 하푸탈레의 밤에는 별이 쏟아짐.
그믐이었기때문에 아름다운 은하수를 하염없이 바라볼 수 있었음. 그런데 슬프게도 이런 은하수는 내 똥폰(갤럭시 A)에는 담기지 않음.
4시 50분,
내가 선택한 툭툭기사 라피는 딱 시간에 맞춰서 옴.
숙소에서 약 20km 떨어진 곳에 립톤싯 인근 일출 뷰포인트가 있음. 부지런히 달려감
무슬림인 라피에게 내가 가봤었던 세속주의 무슬림국가인 인도네시아, 말레이시아, 우즈벡, 튀르키예 등등에 대한 인상을 말해줬는데 흥미로워 했음.
오토바이 편도로는 한시간 좀 넘게 걸림.
티켓부스에서 티켓을 끊고 또 엄청 빡세게 달린 후 뷰포인트에 다다름
실물 일출의 눈뽕은 장난 아닌데 카메라가 따라주지 못함.
이 핑크색 바람막이를 입은 분은 프랑스사람이었음.
이 분을 찍으려고 했던 건 아니고, 의도치 않게 내 카메라에 담긴건데 뭔가 인스타 걤성으로 분위기있게 찍힘 ㅋㅋㅋㅋ
음 뭔가 그 어벤저스 엔드게임에 나오는 농사짓는 타노스 생각이 나는 풍경
이 사진에 계신 분과는 말도 붙여보지 못함
뭔가 분위기있게 나와서... 보내주고싶다는(?) 생각도 하지만 방법이 없음
이 시간 립톤싯의 일출을 본 사람들 중에는 나 말고도 한국분도 계셨음.
우연히 찍힌 그분의 사진도 엄청 분위기있게 나왔음
그 사진은 그분과 어떻게든 연락해서 전달해 드릴까 생각중임
스리랑카는 풍경사진이 압도적으로 좋게 나오진 않지만
그 풍경에 인물을 더하면 인스타 감성의 꽤 괜찮은 샷이 나오는 느낌임.
프사 하고싶은 욕구가 샘솟는 뭐 그런거
일출 뷰포인트에서 한 5분 걸어가면 사전적 의미의 Lipton's Seat 이 나옴.
립톤은 우리에게 홍차 브랜드로 익숙한 그 립톤임.
툭툭기사인 라피에게 나는 티켓부스까지는 걸어서 가고 싶으니 한 30분 후 티켓부스에서 만나자고 얘기했음.
구름낀 쪽의 풍경도 멋짐
혼자 발발발 티켓부스까지 산책함.
사진빨이 참 안 받는 풍경인데 실물은 진짜 눈이 정화되고 힐링되는 초록 그 자체였음.
완전 이국적인 풍경은 아니지만
스리랑카의 저 구불구불한 국도를 바라보는게 미친듯이 좋았음.
티켓부스까지 걸어 내려온 뒤 라피를 만나서 다시 툭툭을 타고 달리기 시작함.
보다가 맘에드는 경치에서는 잠깐 멈춰서 사진을 찍었음.
라피도 뭔가 괜찮은 포토스팟에서는 내 폰을 가져가서 사진을 찍어줌.
외국인을 상대하는 가이드의 차별화 방안은 크게 두가지겠지. 첫번째는 영어실력, 두번째는 사진실력.
라피도 저 두가지 역량을 어떻게든 올리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음.
사실 개도국의 서민(?)으로 태어나서 영어 회화실력을 갖추는거 정말 힘든 일임
이전에 여행했던 나라들의 관광업 지망생<?>들과 대화하면서 더 느낌.
나도 유학이나 어학연수 없이 한국에서 영어회화 배우는게 힘들었는데, 우리나라보다 인프라가 없는 곳에서 영어회화를 배우는건 더 힘들겠지
나는 오늘 라피한테 3,500루피를 지불함. 약 만오천원(?) 정도의 가격이고, 스리랑카 물가 대비 싼 가격은 아님.
하지만 한 사람의 노동력을 3시간 넘게 독점한다고 생각하면 비싼 가격 같지는 않았음.
내려오는 길에 발견한 포토스팟들
스리랑카의 주 수출품목은 홍차임.
한편 스리랑카에선 품목의 다양성을 높이고자 그린티와 화이트티를 재배해보고있음.
라피는 스리랑카 화이트티의 품질을 극찬했고, 한번 툭툭을 멈춰서 화이트티 나무들도 보게 해줌
근데 이후 엘라에서 만나게 된 차잘알 한국분 피셜로는 스리랑카 화이트티는 별로라고...;;
마을들을 지나가게 됨. 시간이 시간인지라(이른 아침) 흰색 교복을 입은 급식들을 많이 스쳐 지나가게 됨.
아침 일찍부터 고생했고, 완벽하지 않았지만 본인의 영어 실력을 총 동원해서 이것 저것 열심히 설명해줬던 라피에게 팁을 줄까 고민했지만,
앞으로 여기를 오게 될 다른 여행자들을 생각해서(?) 그냥 딱 3500루피만 주었음.
유럽 여행할때는 몇만원의 입장료도 턱턱 쾌척하는 주제에
개도국의 나름 전문성 있는 노동에 대해 몇천원 깎는데 집착하는 건 굉장히 모순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.....
여행할 때마다 항상 마음에 걸리고 머리가 살짝 아픈 부분이지만, 내 개인이 국제경제의 모순을 바꿀 순 없으니
그냥 여행자의 시장경제에 충실하게 행동하는 게 가장 나은 방식이겠지.
숙소에 도착.
별로 스리랑카의 로컬 식당에 가지는 기대치가 없기 때문에 (고기 없음 - 탄수폭탄)
맛집을 수소문할 열의는 없었고 그냥 숙소에서 아침을 주문함.
가격은 얼마 안됨 (5000원 이하인듯)
늦은 아침이었기때문에 (오전9시) 주인장이 빵과 과일을 짬처리함(?).
그래서 좀더 비주얼적으로 풍성해졌음. 그러나 고기는 없음.
이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장은 비건이고, 묘하게 투숙객들도 비건식을 했으면 하는 묘한 바램을 비치는 사람임.
그래도 계란후라이 먹을래? 물어보고 먹는다고 하니까 1개 후라이해줌.
아침을 먹고, 차 마시고 조금 드러누웠다가 다시 산책나감
목적지는 어제 저녁식사를 했던 식당 스탭이 추천해주었던 수도원임. 걸어서 편도 25분
하늘이 푸르고 인스타 감성의 길을 걸어감
이 식물 뭔지 궁금한데
아름다운 차밭도 거쳐가고 ...
정글 느낌의 숲도 잠깐 지남. 이런데는 모기가 엄청나게 많은데...
이 길을 가다가 남녀 섞인 고급식 무리를 만났는데, 나한테 과일 (무슨 나무열매류) 주고 갔음. 호의인지 짬처리인지 좀 애매했는데,
못먹어본 과일 먹어보는 외국인 입장에선 나쁠 건 없었음 ㅋㅋㅋ
목적지인 수도원에 도착함
딱히 이 수도원의 역사같은건 모르는데 대충 뻔한것같음
스리랑카에 플랜테이션 홍차밭을 차린 제국주의자 영국새끼들이 지 입맛대로 테라포밍한 뭐 그런거겠지
외국인 관광객에게는 한 5배정도의 입장료를 무는 곳임. 뭐 5천원도 안하는 가격이긴 하지만
나는 티켓 카운터의 직원분한테 불공평하다고 찡얼거렸고 직원분은 허허허 웃음
조경도 예쁜 편
예쁘다면 예쁘고 흔하다면 흔하다고 볼 수 있는 유럽 + 빈티지 + 간소 한 느낌
사실 포스트모더니즘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미감은 베르사이유 같은 과하게 화려한 건 이론적으로 아름답지만 다소 부담스럽게 느끼는 것 같고 고전적이지만 간소한 걸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음.
경성 어쩌구가 욕을 처 먹으면서도 유행했던 것도 그런 경향 때문이겠지
식민지배 받았던 나라들의 근대사 유산은 눈으로 보면 존나 매력적임.
그리고 식민지배 받았던 나라 출신인 입장에선 내 눈이 그런 걸 아름답다고 느끼는게 좀 짜증남.
여기도 중고급식이들의 놀이터
이런 거 뭔가 필터 잘 씌우면 인스타그래머블하지 않으려나
예쁘지만, 대단한 수준은 아닌 이 수도원의 의외의 포인트는
야생원숭이들임.
스리랑카 다른 곳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은 동물에게 관심이 없고 동물은 인간에게 관심 없는 데면데면한 사이임
저 위 사진에 있는 중고급식 애기들도 원숭이에 관심 1도 없었음. 이 원숭이를 보며 좋다고 사진찍고있는건 나 하나였음.
맨 왼쪽에 있는 원숭이가 대장같은데 내가 한참 동안 사진찍고, 자기 무리 구경하고 있으니까
다가와서 위협했음.
저 사진에 나온 버스가 시내버스인줄 알고, 버스 기사분한테 "저기 하푸탈레역 가시나염?" 이라고 물어봄.
버스 기사분이 ㅇㅋ 타셈 이래서 탔음
근데 알고보니 저 버스는 초등학생들의 스쿨버스였음.....
하얀 교복을 입은 애기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서 타고, 선생님들이 애기들 다 탔는지 출석(?) 부르고
애기들은 노래부르고 .... 그 와중에 나 궁금하다고 이것저것 물어보고
아 창피해....
선생님은 애기들에게 "도움이 필요한 바보같은 사람은 도와줘야 한다"는 교훈을 알려주신것 같음
이 때 기온은 숙소를 나갈때가 17도, 숙소 돌아올 때가 23도라서 덥지 않았음.
한 3시간 나갔다 오는 거라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... 적도 근방은 적도 근방이었음. 팔과 이마가 엄청 따끔거렸음.
숙소로 후퇴해서 샤워하고 열 시키고 선블록 바름.
다음편으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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