슳슬 예쁘게 노을이 지기 시작함. 바투미에서의 2박 중 맑은날이 하루 끼어있어서 정말 다행
건물에는 FUCK RUSSIA (좀 지워진) 의 낙서가 있고, 우크라이나 자선 콘서트 포스터가 근처에 붙어있었음.
조지아인들의 반러감정은 꽤 깊은 것으로 보임.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남오세티야 전쟁의 여파도 크고 ...
따라서 러우전쟁에서 조지아는 명백한 우크라이나 편임. 인구 400만인 나라에서 1000명정도가 의용군으로 우크라이나에 가있음.
조지아 전 국방부장관도 우크라이나에 가있음.
왼쪽은 주얼리부티크 간판임. 중간은 약국 문에 붙어있던 스티커, 오른쪽은 환전소에서 띄운 슬라바 우크라이나 사인 (근데 환율이 너무 안좋은데)
러우전쟁 관련된 굿즈도 볼 수 있고, 몇몇 가게들은 우크라이나 국기를 내걸고 있음 (이 사진은 각각 트빌리시와 메스티아에서 찍음)
물과 석양의 조합은 언제나 아름다움. 한국에서도 도시미관 안 좋은 곳에서 삶에 찌들어 살았던 사람 입장에서는 더 아름다워보이고 .....
길댕들인데 쓰다듬었더니 얌전하게 쓰다듬 받았음. 대형견들은 좀 격하게 놀아줘도 된다는데, 난 댕알못이라서 그냥 조심스럽게 쓰다듬기만...
사람이 별로 없고 조용한 가운데 해지는 걸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음.
아까 만났던 조지아 사람을 또 만나서 어색하게 인사했음.
뭔가 흑해답게 나온? 사진.... 사실 흑해가 흑해인 이유는 검은 바다라서가 아니라 튀르키예 북쪽이어서 그렇다고 들었음.
해가 완전히 질 때까지 하늘을 지켜보다가 밥먹으러 감.
저녁으로 먹은것은 오자쿠리 (돼지고기 감자요리)와 맥주. 맥주 맛은 우리나라 수제맥주 페일에일같은 느낌이었고 맛있게 먹었음.
부가세 10% 붙었는데 17~18라리 정도 했던것같음. 거의 만원 ㅠㅠ
아침으로 먹을 포도 요거트 계란 산다음에 호스텔로 돌아옴.
호스텔에 돌아왔는데, 투숙중이던 러시아 사람들중 일부가 테라스에서 모여서 술을 마시고 있었음.
나도 같이 먹자고 해서 냉큼 그 자리에 꼈음.
대화가 영어로 진행되자 영어 못하는 사람 몇명은 자러 들어갔고,
액면가가 40대 아저씨 하나(from 모스크바), 30대 아저씨 하나(노보시르스크), 20대 부부(소치) 랑 같이 술을 마시게 됨.
다들 동원령을 피해서 여기 온 사람들이었음.
뭔가 술 얻어먹는게 벼룩의 간을 빼먹는 것 같은 미안한 느낌이......
술안주는 이거 + 내가 사온 포도 (사람들과 같이 있을 땐 사진 잘 안찍는 경향이 있어서 이 사진들은 구글에서 퍼옴)
왼쪽에 있는 소시지? 내장? 좀 하드코어하게 생긴 애는 추르치헬라라고 함.
실에 꿴 호두를 포도즙으로 코팅해서 말린거임. 그렇게 많이 달지 않고 포도향도 엄청 강하지는 않음.
난 견과류 좋아해서 잘 먹었고 나중에도 몇번 사먹음.
저 김? 종이?? 같은 애는 틁라피인가 뭔가 하는 이름임.
과일즙을 농축시켜 얇게 말린 애인데 그렇게 많이 달지는 않고 과일의 막 푸르티한 향이 아니라 말린과일향이 남.
40대 아저씨가 진짜 미안한데 너무 궁금해서 그러는데 니네나라 개먹냐고 물어보고,
옆에 사람은 등짝 때리면서 이게 처음 만난 사람한테 처음 물어볼 질문이냐고 함 ㅋㅋㅋ
지금은 먹을 고기가 많아졌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를 먹지 않지만, 여전히 개고기를 좋아하고 먹는 사람이 있다 근데 난 안먹어봄 이렇게 답함.
러시아 음식 얘기가 나와서 나 여기 좋아한다고 서울 광희동에 있는 러시아 식당 메뉴를 보여줬는데,
이건 우크라이나 음식, 이건 우즈벡 음식, 이건 조지아 음식..... 소련음식은 맞지만 러시아 음식은 아니라고 함..... 그러면서 우리 음식문화 없는 것 같다고 ㅋㅋㅋ
러시아 사람들 입장에선 설산이라던가 조지아의 쁘띠하게 예쁜 마을들은 별 관심이 없고 자기들은 바투미가 좋다고 함.
내가 나중에 전쟁 끝나면 모스크바랑 그 근교의 예쁜 마을들 가보고 싶다고 수즈달 사진 보여줬는데, 자기들 눈에는 안 예뻐보인다고 함. ㅋㅋ
담배도 나누어 피웠는데, 인국공에 면세점에서 사온 담배가 하필 모비어스여서 아쉬웠음. 국산담배로 한보루 살걸...
내가 받아서 피운 코코넛 향 나는 아르메니아 담배는 괜찮았음.
아르메니아는 조지아보다 좀더 시골이고 조금 더 저렴하고 아름다운 호수가 있고 사람들이 착하다고 함.
튀르키예 일정의 절반을 포기하면 아르메니아를 갈 수 있겠지만, 그냥 아르메니아는 나중을 기약하기로 결정했음.
러시아 국가원수의 대머리-안대머리-대머리-안대머리 법칙을 얘기하다가 어쩌다 박정희머통 얘기가 나왔는데.
의외로 박정희를 아는 사람이 있음.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그런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나머지 사람들의 표정은 떨떠름함.
20대 부부 중 여자쪽은 밸런스를 잡는건 쉽지 않다. 이렇게 말하고 ...
사실 같이 술마시는 사람들이 푸틴과 전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가 너무 궁금했는데,
러시아인들은 가족끼리도 정치얘기를 잘 안한다고 들었고,
전쟁때문에 본인들의 인생계획이 크게 꼬여서 속에서 천불날 사람들한테 구지 물어볼 건 아닌것같아서 안 물어봤음. 내가 기자도 아니고......
그리고 이 사람들도 본인들 생각이 어떤지 같은 얘기는 꺼내지 않았음.
이후 트빌리시 호스텔에서도 러시아사람들 꽤 만났고 같이 어울리기도 했는데, 러우전쟁을 화두에 올린 사람들은 없었음. 나도 물어보지 않았음.
바투미에서 설산이 있는 마을 메스티아로 바로 가는 버스는 없고, 주그디디라는 소도시에서 버스를 갈아타야 함.
주그디디는 별 볼 것이 없어서 대부분의 관광객은 주그디디를 그냥 스쳐지나가는데,
나는 왠지 휴양지도 아니고 관광지도 아닌 평범한 도시를 경험해보고 싶어서 1박하기로 함.
사진은 바투미에 있던 아파트. 뭔가 세대마다 색상과 디자인이 미묘하게 다른 게 독특했음.
여기가 시외버스터미널임. 그리고 저기 보이는 봉고차들이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시외버스(?) 이고 마슈르카라고 불림.
시내버스는 우리나라같은 간선버스가 잘 다니는데.... 시외버스는 봉고차인게 좀 특이한 것 같음.
바투미 - 주그디디는 3시간정도 걸리고 차비는 20라리.
흑해를 따라서 버스가 출발함. 저기 저 손톱 끝 만큼 작게 보이는 설산때문에 조금 설레기 시작함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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